[황기자가 간다] 메타시티로 진화하는 서울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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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가 간다] 메타시티로 진화하는 서울을 기록하다
  • 월간 WINDOOR
  • 승인 2014.11.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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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시티로 진화하는 서울을 기록하다
서울, 공감의 도시 건축展

 

인구 1000만 명에 이르는 거대도시 서울. 이곳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건축행위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심코 지나치던 건축물들이 도시의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자 한다. 또한 양적인 성장을 이루어낸 메가시티 서울에서 내일을 살아가는 시민들과 공감하고 감응하는 메타시티로 변모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덩치만 커다란 메가시티에서 철학이 담긴 건축을 지향하는 메타시티로서의 서울을 들여다보자.

 

최소한의 변화가 주는 깊은 울림
‘서울, 공감의 도시 건축(이하 건축전)’이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청계천의 여유와 동대문시장의 북적임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곳 중심에 있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DDP안으로 들어와 지하에 가보니 또 다른 서울이 펼쳐진다. 건축전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건축모형물들이 전시회임을 알려준다. 들어가는 통로에는 ‘우리가 할일은 도시가 가져야할 가치를 찾아내서 그것에 공간을 부여하고 그 가치를 지속시키는 것이다’란 말이 전시회의 시작을 알린다. 텍스트를 통해 도시에 관한 글과 전시에 소개되는 건축의 키워드를 보여주며 도시를 읽고 전시를 보는 방향을 열어주는 듯하다.


통로를 지나 맞은편에는 ‘2014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대상을 수상한 ‘윤동주문학관’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담당 큐레이터 설명에 이곳은 35년간 청운시민아파트에 물을 공급하던 청운가압장이 지난 2009년에 용도 폐기되었다. 그 후 종로구청은 철거를 하지 않고 윤동주문학관으로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공사 중에 발견된 콘크리트 물탱크 2개를 최대한 살려내 새로운 가치부여를 했다는 점이 놀라움을 준다. 최소한의 변화로 겉보기에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그 내면에는 윤동주라는 시인과 깊은 공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공간이 된 것이다. 눈길을 돌려 ‘노들섬 전문가 스케치’ 구역을 가보았다.
이곳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노들섬을 바라보려는 의도로 여러 건축가들의 노들섬에 대한 대안들을 간단한 스케치로 보여준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한 눈에 만날 수 있어 관람객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건축의 재발견, 컨테이너로 집 만들어
이어 향한 곳은 전시회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동네방네’ 구역이다. 이곳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공서, 어린이집, 도서관 등을 새롭게 꾸며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거주시설이 인상깊다. 이 건물은 영등포 쪽방촌 환경개선 사업을 위한 임시 거주시설 및 커뮤니티 센터로 계획되었다. 위치는 고가도로 하부 주차장에 있으며 쪽방촌 지역의 리모델링 공사기간 동안 거주민들에게 커뮤니티 공간과 1.5평 크기의 36개 거주 공간을 제공한다.


이 건축물은 수명을 다해 폐기된 해상수송 컨테이너를 재활용하였고, 추후 다른 용도로 이동이 가능한 친환경적 시설이 특징이다. 거주 영역은 다양한 색깔의 20피트 컨테이너 13개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엇갈려 쌓기를 통해서 작은 길, 옥외 데크, 테라스 및 동선 통로 같은 다양한 공용 공간을 만들었다. 20피트 컨테이너는 3개의 작은방으로 계획되어 있으며, 파란색 커뮤니티 센터는 1층에 샤워실, 공동 주방, 창고, 사무실을 포함한 공동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2층은 3개의 40피트 컨테이너를 합쳐 마을회관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2층 3개의 컨테이너 박스 아래에는 기둥이 없는 마당을 제공해 다양한 외부 활동을 수용하도록 했다.

 

도담어린이집, 틈새 활용으로 놀이 공간 많아져
컨테이너 건축물 바로 옆에는 ‘도담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한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특성을 잘 살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도담어린이집’은 6m와 10m도로가 교차하는 모퉁이 삼각형 대지에 위치한다. 앞으로는 초등학교의 넓은 운동장을 마주하고 있지만 6m 높이의 옹벽 위에 있어 전면으로 보이는 건 공용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뿐이다. 삼각형의 대지와 다섯으로 분절된 사각형의 건물이 만나면서 다양한 크기와 모형의 외부공간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공간들은 작은 마당과 놀이터가 되고 마을과의 완충적 경계를 형성한다.

각층은 세 개의 교실과 행정실과 계단실로 구성된다. 중앙의 넓은 복도를 중심으로 다섯의 개별 실들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많은 틈새 공간을 만들어준다. 마치 성긴 블록을 쌓듯이 차곡차곡 얹어진 공간사이의 틈새는 어린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공간이자 배움의 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사이공간은 유동적 공간이다. 슬라이딩도어의 개폐에 따라 넓은 교실이 되기도 하고 아늑한 소놀이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옥상에는 놀이터를 두고, 서로 다른 높이와 경사를 가진 벽으로 경계를 만들어 내부로는 안전을 꾀하고 외부에서는 재미있는 지붕의 형태가 드러나도록 의도했다.

 

창호의 고정관념을 깨다!
전시된 건축물들을 둘러보면서 특히 창호를 눈여겨보게 되는데, ‘2014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들은 기존 건축물들과 달리 모든 창호의 크기가 제각각인 특징이 있다. 네모난 창에서 벗어나 둥근 삼각형, 원형 등 다양한 형태의 창호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중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의료시설 ‘라파엘 센터’는 모든 창호가 외벽 밖으로 돌출된 모습을 하고 있어 장난감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반면, 한 일본 건축가가 설계한 아파트는 전체적인 창호의 크기가 다를 뿐 아니라 위치도 불규칙적이며 층 마다 창호 개수가 달라 생동감이 느껴진다. 건축물의 모습을 다양하게 연출해 주는 창호의 매력은 관람객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직접 보는 순간 느껴질 것이다.

 

또 하나의 건축 ‘Kiosk’
건축전 이외에도 DDP에는 또 다른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외 유명 건축가의 키오스크 작품 10점을 전시해 건축을 보다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은 건축, 키오스크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DDP의 키오스크는 흔히 보는 환경 조형물이나 상업적 가판대가 아닌, 바깥에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내부의 다양한 조형적 공간과 다채로운 전시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또한 전시 안내 및 홍보 등 키오스크 자체가 독립된 기능을 가져 건물 외부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해준다.
키오스크 주변에는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흥미로운 이벤트가 계획돼 있어 건물과 외부환경의 일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안에 서울
이번 건축전은 단순히 건축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가 아니라 전시장 자체가 서울시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무대로서의 느낌을 준다. 일관된 모습이 아닌 다양한 형태와 모습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자리 잡아 구성되는 전시인 것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도시 속에 자리 잡은 수많은 공간들을 탐험하듯 공감의 도시, 서울을 바라보게 한다. 또한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입체적이고 개방적인 전시형태와 콘텐츠를 갖춰 우리 도시의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시민들과 공유하도록 했다. 대형 아파트 마스터플랜에서부터 작은 단독주택 한 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인 주거에 대한 건축가들의 고민도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의 자연인 한강과 노들섬에 대해 학생부터 국내외 건축가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건축전 관계자는 “우리의 도시 서울과 서울을 살아가는 시민인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써 건축이란 어떤 것인지, 건축을 통해 우리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건축가들과 시민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공감의 도시 건축’은 오는 11월 23일까지 DDP 지하2층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린다. 입장은 무료이니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매주 금·토요일에는 ‘건축가, 큐레이터 생각이야기’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국내외 공공건축가들의 고민과 생각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문의 www.sa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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