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심용식 소목장 / 서울시 무형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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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심용식 소목장 / 서울시 무형문화재
  • 월간 WINDOOR
  • 승인 2011.05.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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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향에 취한 채 전통창호 지켜갑니다

 

 

 

 

 


“창호는 집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한답니다.”
서울시 종로구 계동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청원산방(淸圓山房)에서 만난 서울시 무형문화재 26호 소목장 심용식씨는 이날도 일반인 소목교육에 여념이 없었다. 전통창호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그 기술을 이어가고자 하는 그의 다짐을 보여주듯 공구를 들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제자들에게 전통창호 기술과 그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난 후 40여년 동안 선생님과 제자, 가족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저에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남김없이 쏟아 부은 전통창호들을 선보여 그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청원산방’을 마련한 것입니다. 소목교육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나무를 사랑한 한 소년
심씨가 처음으로 나무와 인연을 맺었던 것은 중학생도 되지 않은 어린 시절이었다. 집 근처 목공소에서 늘 풍기던 소나무 향기에 심취한 어린 심씨는 주머니에 소나무 조각을 넣고 학교를 다닐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이끌리는 듯 그는 그렇게 험난하지만 보람된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무작정 나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일하게 해달라고 목공소를 찾아갔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리다며 더 커서 오라는 대답만 돌아왔지요. 중학교 때까지 한문공부를 열심히 하고 고등학교 무렵 드디어 나무와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나무의 은은한 향기가 아직도 코끝을 맴돌고 있습니다.”


심씨는 이후 대목(집을 짓는 일)과 소목(창호, 가구 등의 제작) 중 특히 소목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타고난 손재주와 섬세한 성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목장으로 우뚝 서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1969년부터 10여년 동안 인간문화재 조찬형 선생에게 본격적으로 전통창호 제작법을 전수받은 그는 1981년 성심예공원을 설립, 창호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좋은 나무를 찾기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제는 나무를 만지기만 해도 손의 감각으로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요. 때문에 기계에 의존하기 보다는 직접 수작업을 통해 창호를 제작해야한다는 고집을 갖고 있습니다. 항상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청원산방 그리고 소목교육
그런 그에게 역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작업장이 모두 불타기도 했고, 좋은 나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의 곁을 지켜주고, 응원해준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물이다.


“아내가 제 옆에서 수십년 동안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청원산방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지요. 제가 큰 걱정 없이 창호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끈질긴 전통창호에 대한 연구와 제작에 대한 노력은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로 말미암아 지난 2006년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6호 소목장(창호제작)으로 선정되었고, 2년 후인 2008년에는 ‘서울전통예술인상’을 수상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창호의 아름다움과 편리성을 알리자는 아내의 권유로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자리를 잡은 시점도 이즈음이다.


심씨는 소목일을 제대로 배우려는 제자가 줄어들자 지난해부터는 청원산방에서 소목교육도 시작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 교육에는 의사, 교수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호응도가 높다. 그는 이들에게 항상 느림의 미학, 그리고 나무에 대한 애정을 강조한다.


“서두르다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천천히 심혈을 기울이며 꼼꼼하게 정성이 들어가야 전통창호의 아름다움이 살아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임을 제자들에게 늘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전통창호 세계로 뻗어나가리
낙산사 원통보전, 동학사, 백담사 대웅전, 법련사, 보탑사 3층 목탑과 영국 대영박물관 사랑방 등의 심씨의 작품은 국내외를 막론한 500여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박람회에 아시아 최초로 초청되어 전통창호 제작 시연을 펼쳐 호평을 받기도 한 심씨는 앞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파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통창호 제작 시연을 펼칠 때 예상치도 않게 외국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움이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앞으로는 청원산방에 더 많은 외국인을 찾게 함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실도 운영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심씨는 최근의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창호 업체들의 전통창호 접목식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통의 틀 안에 현대적 기술이 가미된다면 더 편리하고, 아름다운 창호가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여러 창호 업체에 전통식 창호 샘플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 노력들이 발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통창호의 약점인 시건장치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전통창호 보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제대로 된 장인정신 발휘해야
오랜시간 전통창호와 함께한 그는 각 지방의 기후, 문화의 특색을 고려한 고유의 아름다움을 동경해왔다. 하지만 최근 전통창호의 흐름은 천편일률적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고유의 지방색이 사라지고 전통을 가장한 저품질의 창호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전문가들의 각성을 부탁하기도 했다.


“전통창호를 하고 있는 사람 중 제대로 된 창호를 만들고 있는 사람은 10%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창호를 만들어야 합니다. 장인정신, 장인정신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장인정신을 실천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심씨는 창호를 ‘사람의 얼굴과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주거공간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잣대라는 이야기다. 단 한 번도 전통창호 연구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는 그는 이렇게 소중한 전통창호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전통의 틀 안에서 다른 나라 창호의 장점을 접목시키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해외의 창호를 직접 보고 느끼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연구, 발표, 정리해서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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