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박명규 헤펠레코리아(주) 대표이사
상태바
[Interview] 박명규 헤펠레코리아(주) 대표이사
  • 월간 WINDOOR
  • 승인 2011.03.14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규  헤펠레코리아(주) 대표이사


작은 것에 대한 충성, 그리고 소중함

 

 

 

 
 

 

 

최근, 작은 너트 하나 때문에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KTX 열차가 탈선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다. 작고 미세한 부분을 별 게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고질적인 우리나라의 잘못된 인식이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국내 건축 시장 또한 예외는 아니다. 시공과정에서 대충대충 서두르기가 일쑤이며, 보이지 않는다며 규격에 맞지도 않는 부품을 쓰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최대 가구 및 건축, 시스템 창호 하드웨어 유통 업체인 헤펠레코리아(주)(이하 헤펠레코리아) 박명규 대표는 작은 것들에 대한 중요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있다.

 

감동이 전해준 헤펠레와의 인연
그가 헤펠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여년 전이다. 건설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 양봉이민을 생각하던 박 대표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헤펠레 소속 독일인 친구가 헤펠레의 한국지사장직을 제안해 왔다. 수차례 거절하던 그를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감동’이었다.


“제안을 받고 거절을 거듭하던 어느 날, 몇 년 전 농담 삼아 갖고 싶다고 말했던 클래식 CD를 구해와 다시 제안을 하더군요. 당시엔 CD라는 자체가 귀했습니다.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고생스럽게 구해다 준 마음과 정성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를 중요시 여기는 박 대표는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선입견이 없지 않았다. 대형 건설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던 그에게 하드웨어는 하찮아 보이기만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깟 하드웨어 작은 게 몇 푼이나 하겠냐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작은 나사가 중요하면 얼마나 중요하냐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헤펠레 본사에서 1년간 교육을 받은 박 대표는 처음 독일 문명과 하드웨어를 접했을 때를 회상하며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국내의 현실과는 180도 다른 선진 기술과 마인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감동이 컸다는 것이다.


“손톱 만한 스크류에 대한 교육을 받는데 사흘이 걸렸습니다. 단지 스크류의 원리, 기능 등의 차원이 아니었지요. 그 작은 스크류 하나에도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 그 작은 것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 가장 큰 배움이었습니다.”

 

창호, 신기술 개발로 창호 ‘복음’ 전도사의 역할 충실
그렇게 본사 교육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박 대표에게 보이는 것은 국내 기술자들의 잘못된 인식이었다. 규격에 맞지 않는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가하면, 자신의 장비조차 소중히 다루지 않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는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다잡고 1988년부터 가구에 들어가는 철물을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업 자체가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습니다. 당시에 국내는 그저 못으로 ‘때려 박는’ 것이 최고라고 치부가 되던 때였습니다. 다행히 인연이 닿은 몇몇 대형 가구 업체가 선진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 유통 구조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죠.”


헤펠레의 가구용 하드웨어는 국내에 조립식 가구 붐을 일으켰다. 분해, 조립이 간편하다보니 물류비용이 크게 줄었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헤펠레의 가구용 하드웨어가 가장 신뢰받는 부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매출이 늘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 1995년 박 대표는 헤펠레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 뒤 97, 99년 각각 부산과 인천 지점도 설립하면서 IMF 금융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잡게 되었다.


“법인을 설립하지 않으면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수요가 크게 늘던 시기였습니다. IMF 때는 경쟁사들이 속속 쓰러지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업체가 줄어들고 고품질 하드웨어의 인기가 높아지자 헤펠레코리아의 성장세는 더 가파른 폭을 보였습니다.”


하드웨어 유통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혀가던 7년여 전, 박 대표는 헤펠레의 창호용 하드웨어를 국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창을 쓰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실천하기까지 무려 십수년이 흘렀다.


“창호용 하드웨어를 다룰 수 있을 정도로 회사 사정이 좋아졌습니다. 사회에서 받은 이익을 결국 되돌려 줘야 한다는 헤펠레 정신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창호용 하드웨어 유통은 큰 수익을 얻기 보다는 좋은 창, 편한 창을 국내에 보급하고자하는 오랜 생각을 행동에 옮긴 것이지요.”

 

TPS와 DIY 목공방, 사회적 기업으로 다가서다

이렇듯 헤펠레코리아 창사 이래 사업의 중점은 한국적인 주거환경의 전통을 살려가며 더 아름답고, 더 편리하고, 더 실용적인 제품을 공급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소망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TPS(Total Packaging Solution Service)와 헤펠레 DIY 목공방 체인점 사업진출도 그런 맥락에서 도입하게 되었다.


“TPS는 건축현장에서 소요되는 일체의 부품과 기술지원, 사후관리까지 통합 공급하는 헤펠레 고유의 시스템입니다.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제작 기술을 가르쳐 창업까지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바로 DIY 목공방이지요. 바다이야기 등 반사회적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개하는 사업들입니다. 현재 70여개의 DIY 목공방을 앞으로 1000여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추후에는 아이템의 다양화보다는 현재 다루는 제품군의 고기능화를 선도할 방침이다.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일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헤펠레코리아가 그동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후대까지도 그런 정신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저도 현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목공방을 운영하면서 그런 다짐을 몸소 실천할 생각입니다.”


그는 업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창의 규격화를 꼽으며 주먹구구식의 제작, 시공의 원천이 거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각 관련 단체가 나서서 규격화를 하지 않으면 제 멋대로의 부품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진정한 선진 건축문화가 도래할 수 있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싼 맛의 달콤함은 금방 잊혀지지만, 그 저질의 쓴맛은 오래 남습니다. 저 품질의 카피제품이 싸다고 무작정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소비자 스스로와 국내 산업 발전 등 모든 것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헤펠레코리아는 그런 잘못된 구조를 바꾸고자 여러분들께 작지만 매우 중요한 양질의 하드웨어를 널리 알리고 공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