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2] 2016년 서울 건축자재거리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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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2] 2016년 서울 건축자재거리 밀착취재
  • 월간 WINDOOR
  • 승인 2016.10.0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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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쇼룸만 살아남은 논현동 자재거리
<하> 먹구름 낀 을지로 자재거리

 

 

2016년 서울 건축자재거리 밀착취재

1960년대부터 건축자재 산업의 발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서울 을지로 자재거리가 전성기를 지나 최근 몇 년 새 침체 분위기다. 예전만 못한 경기에 이곳을 이끌던 건자재 업체들도 하나둘씩 이탈하는 모양새인데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지난달 논현 자재거리에 이어 국내 대표 건자재거리인 을지로 자재거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취재 홍혜주 기자 (windoor @ windoor.co.kr)

 

 

 

을지로 자재거리 ‘호황은 옛말’
유명무실한 지자체 정책 속 업체들 엑소더스 가시화

 

을지로 3가 수표로부터 을지로 5가 사거리에 이르는 약 1.3km의 건축자재거리가 업체들 이탈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한때 서울 한복판 대한민국 대표 자재거리로 전국 소비자를 상대하던 이곳의 업체들은 대부분 30년 전부터 터를 지켜왔다. 6.25 이후 도시 재건을 위해 집수리와 관련된 모든 목재, 철물, 공구 등 다양한 산업이 밀집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 크게는 중국, 일본 등 인근국가까지 상대하는 국제시장으로 명성이 높던 을지로 자재거리가 최근 불경기로 침체를 겪고 있다.
자재거리의 업체이탈은 최근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된 건축경기 흐름과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소비흐름 탓에 3~5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외부공간에서 불볕더위와도 경쟁해야 하는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달 12일 한낮 서울의 수은주는 3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재거리의 경기부진이 가속화되면서 남은 업체들은 매출 확보와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급화 전략으로 유통이 대부분인 논현 자재거리와는 달리 이곳은 몇 십 년 동안 터를 지키며 전국 소비자를 상대로 운영하던 단일매장이 대부분이라 시장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업체의 경우 고정거래처가 있어 매출이 확보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소수에 불과하고, 많은 업체들이 이미 문을 닫고 있다.


업체들 이구동성 ‘지금 잘 되는 곳 없어요’
현재 청계천 일대를 포함해 을지로 자재거리에 있는 점포는 중구청 조사결과에 의하면 조각(금형) 360여개, 공구 530여개, 타일도기 140여개, 조명 200여개 등이다. 그중 을지로 3가에서 4가로 이어지는 특화거리의 타일도기 및 조명 업체들도 최근 하락세이며, 알루미늄 및 철물점, 목재·공예사는 고전 중이다. 고정 거래처가 있는 곳은 수월하지만 거래처 확보를 못하고 지역 주민들의 소규모 주문만으로 겨우 매장 유지만 하고 있는 곳이 대다수다.
그중 자재거리 초입인 을지로 3가역 수표로 부근에 위치한 대왕철물상사는 을지로 2가의 빌딩들과 가까워 들르는 손님들이 몇몇 보였다. 온라인 몰도 함께 운영 중인 이곳도 자재거리의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대왕철물상사 관계자는 “지금 을지로에서 잘 되는 업체는 없다”며 “간혹 인근 고층 빌딩의 회사원들이 들러 부속품을 사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왕철물상사를 지나 좌측으로 들어가면 한국종합건재가 보인다. 무더운 여름 날, 손님이 아닌 인근 업체와 거래 중이던 이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종합건재 관계자는 “매장이 다른 곳보다 크긴 하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나간다”며 “지금 을지로에서 장사가 잘 되는 곳이 있다면 이상한 일”고 말했다.
큰 길 안쪽 깊숙한 골목을 들어가 보면 영세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중부시장을 지나 라마다 호텔 방면으로 뻗은 동호로 35길에는 건자재, 목재상이 제법 있다. 그중 지난해까지 본지 지도에 이름을 올렸던 새서울합판상사, 경보합판상사, 우창산업, 선흥특수목재 등 여럿이 자취를 감췄다. 새서울합판상사는 간판이 그대로 달린 채 매장이 텅 빈 상태다. 인근의 성실종합건재, 중앙목공소, 백산무늬목재 등 기존 업체들도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성실종합건재 관계자는 “이 동네는 매장 하나가 철수하면 1년은 입점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며 “간판만 있는 저곳도 임대가 안 들어온 지 꽤 된 상태”라고 전했다.

 

10년 거래처 낀 업체들은 그나마…
잘 되는 곳 없다는 을지로에서도 나름의 활로를 찾아 수익을 내는 업체들은 눈에 띈다. 대부분 20년 이상 을지로에 터를 잡고 꾸준히 수익을 내던 곳들로 10년 넘게 거래처를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시장 변화에 유연히 대처함은 물론, 풍부한 현장경험으로 거래처와 장기간 거래하는 경우다.
그중 을지로 3가 로터리에 있는 삼화알미늄은 알루미늄 압출 제품 전문 업체로 공장까지 갖추고 있다. 제작부터 시공까지 진행하고 있는 삼화알미늄은 이날도 더운 날씨에 구슬땀을 흘리며 물건을 분류하고 나르느라 분주했다.
삼화알미늄 관계자는 “하루에 100건 정도 주문을 소화한다”며 “목이 좋은 편이고 고정거래처도 확보해서 그런지 매일 매일이 바쁘다”고 말했다.
을지로 4가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을지로4가 로터리 퇴계로 방면 쪽에 있는 미래공예가 보인다. 이곳은 작은 매장으로 보이지만 2층의 전시장까지 갖춘 알짜업체다. 자재거리에 30년 넘게 자리하고 있다는 미래공예는 인테리어 업체를 거래처로 두고 백화점 의류매장부터 각종 커피숍, 프랜차이즈의 인테리어 목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굵직한 영화 소품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래공예 관계자는 “우리는 거래처가 있어서 이정도 유지하는 수준이고 지금 을지로 업체들 상황이 어려운 상태”라며 “근방 공예사 두 군데도 최근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을지로 4가에서 5가로 올라가다보면 중부시장에 다다르기 전 몰딩전문업체 성진지엔지가 눈에 띈다. 화려한 몰딩 장식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잦은 이곳은 논현 자재거리의 매장과 경기도 안성 공장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업체다.
성진지엔지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에서도 알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잘 되었지만, 우리도 4~5년 전부터 매출이 줄었다”며 “다행히 거래하던 곳이 있어 일본, 러시아 등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는 곳도 있다. 을지로 3가와 4가 사이 청계천 방향으로 난 을지로15길에는 화신금속, 대영철강금속, 성진금속, 유성금속, 영진금속 등 금형제조업체들이 몰려있다. 그중 화신금속은 지난 2년 전, 금속인테리어로 업종을 변경해 활발히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인근 입장동에 추가 매장도 보유하고 있다.
화신금속 관계자는 “올해 전반기만 해도 벌써 지난해 총 수익에 가깝게 거래했다”며 “요즘은 소량 다품종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어, 이러한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업체들 역시 어려운 경기 속 자재거리의 하락세에 동의하고 있었다. 시장 흐름을 읽고 대비하며, 수십 년 경험으로 터득한 업계 노하우까지 갖춘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잘 되고 있어도 예년과 비교해서 수입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현장감을 갖춘 전문성뿐 아니라 시장 흐름에 따라갈 수 있도록 정보도 획득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고 말했다.

 

중구의 자재거리 활성화 방안, 성과 거둘지는 미지수
이러한 상황에 침체된 을지로 자재거리를 살리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중구청은 현재 을지로 자재거리를 조명, 타일도기, 공구, 미싱, 가구 등으로 세분화시키고, 을지로3가에서 4가로 이어지는 구간을 타일도기와 조명 특화거리로 육성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을지로 3가와 4가 사이, 청계상가와 대림상가 사이 조명상 거리에서 조명 레이저 쇼와 디자인작품을 전시하는 ‘을지로, 라이트웨이 2015’ 축제를 열었다. 여기에 올해에는 지난 4월부터 ‘을지유람’ 코스를 운영해 격주로 무료 골목길 투어를 제공하고, 을지로내 산림동의 빈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을지로 디자인예술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홍대부터 성수까지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 된 지역이 시민들의 발길을 모은 것에 착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단순히 젊은 층 타깃으로는 건축자재 실소비자 유치가 힘들어 현실적인 대처방안이 되지 못하고, 소비자 유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자재거리 자체의 콘텐츠가 그대로라면 이마저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을지로 자재거리의 상인들도 지자체의 방안들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전의 활성화 대책 사업이 성과가 없는데다 진행 중인 특화사업의 내용이나 축제 등의 효과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이 1~2년 주기로 교체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몇 해 전 노가리골목 활성화 추진으로 실제 그쪽 손님이 많아졌는데 지난해 도로정비사업으로 노가리골목의 점포 밖 테이블을 금지해 지금은 손님이 다 끊겼다”며 “해마다 번복되는 정책에 피해를 보는 건 고스란히 주민 몫”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자체의 노력은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선거철마다 바뀌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지속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을지로에서 잘 되는 업체는 찾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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