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경기악화에 건자재거리도 '시름시름'
상태바
[special report] 경기악화에 건자재거리도 '시름시름'
  • 월간 WINDOOR
  • 승인 2011.06.13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indow & Door SPECIAL REPORT

경기악화에 건자재거리도  ‘시름시름’

 

 

 

 

 

상인들, 문밖 내다보며 한숨만...
         을지로 자재거리, 어디까지 추락하나

 

을지로 건축자재거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서울의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예전부터 건자재 유통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동대문역사공원역부터 을지로3가역까지, 지하철 2호선 3개역을 따라 촘촘히 늘어선 을지로 건자재 거리를 걸어 보았다.

 

목재 업체들 ‘내리막길 걷는 기분’
동대문역사공원역을 나와 을지로5가 사거리 방향으로 5분여를 걷자 목재창호와 몰딩 주문제작을 주로 하는 창조우드가 보였다. 을지로 건자재 거리의 시작이었다. 창조우드에서 장충체육관 방면으로 길을 건너 걸으면 몇몇 목재 업체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다.


을지로5가 방면은 예전부터 목재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동신공예, 대일목재상사 등을 지나 을지목재합판까지 어려운 건설경기 속에서도 가게 앞에는 나무 다듬는 작업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게 예전보다 뜸해졌다는 것을 나타내듯 주변을 기웃거리는 한 시민에게 다가가 무엇을 찾느냐고 묻는 업체 사장도 눈에 띄었다. 방향을 틀어 시티은행 방면으로 3분여를 지나자 새서울합판상사, 경보합판상사, 선흥특수목재, 제일특수목재합판상사가 사이좋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의자에 앉아 골목을 살피며 손님을 애써 찾고 있었다.


경보합판상사 문신길 상무는 “1978년부터 이곳에서 가게를 해왔는데 이정도로 경기가 안좋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4~5월에는 손님들이 좀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없어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기분이다”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각종 먹거리, 볼거리가 가득한 중부시장을 지나 큰 길의 을지로5가 방향에도 역시 목재 업체들이 즐비했다. 대건특수목재, 수도목재상사, 동원합판상사, 서일특수목재상사 등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경기 악화가 극심하다고 털어놓았다. 대건특수목재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기 때문에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며 “다들 거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었던 옥산종합목재는 얼마 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주위 상인들은 그런 업체들이 비단 이곳뿐 만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채 추스르기 전 중부시장과 맞닿아 있는 한성공예의 셔터가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내려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목재 업체들과 몰딩 업체들이 몰려 있는 거리를 지나 을지로4가역에 도착했다.

 

 

 

화물차도 일거리 없어 거리 점거
을지로4가역에서 을지로3가역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니 하드웨어 등의 철물, 알루미늄 업체들이 밀집해 있었다. 과거 1960년대의 합판가게들이 들어서며 목공 산업이 중심을 이루게 된 을지로 자재거리는 목재 이외에도 알루미늄의 업체들 역시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논현동 자재거리와의 가장 큰 대비점이다. 유신철물, 대우알미늄, 효성알미늄, 제일금속 등을 지나 건너편을 보니 중앙데코플라자가 위용을 자랑했다. 중앙데코플라자 인근에도 동방알미늄, 동우금속 등의 업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변을 오가는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여러 가게 안은 한산했다. 관계자들은 목을 길게 빼고 문밖을 응시하며, 혹시 모를 구입문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을지로3가역 우리은행을 지나 우측 도로에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화물차들이 갈 곳 없이 도로변을 점령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하루가 짧을 정도로 많은 물량을 수송했던 화물차들마저 경기 악화를 대변하듯 그렇게 하염없이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35년째 화물차를 운행했다는 한 기사는 “일거리가 예전에 비해 반도 되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이 길에 용달차를 세워놓고 일을 기다리다가 집에 돌아가는 날도 적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변은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경기불황이 그려낸 진풍경이라며 주변 상인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국민은행 뒤쪽에는 영림종합목재, 태창종합목재, 삼양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인근 삼화철물 사장은 “10년째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이 제일 최악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일반소비자와 업자들이 반반씩 왔었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굵은 땀방울로 희망 찾는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10년~20년을 훌쩍 넘도록 을지로 자재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익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의 그런 성실함이었다. 하지만 을지로 자재거리의 당면과제는 적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 어지러운 입간판, 낙후된 건물 환경 등이 사람들의 발길을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회생에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건설경기회복’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 위주의 건설 정책이 아닌 중소형 주택 활성화도 기대했다. 소규모 업자들과 일반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인 이곳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표정은 밝지 않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모습. 을지로 자재거리의 수많은 상인들은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면서도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변화의 소용돌이를 지나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그들은 오늘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황물길 자재거리 ‘희망될까’
논현동 자재거리, 백화점도 무용지물

 

 

 

 

논현동 건축자재거리는 예전부터 건축, 인테리어 자재를 찾는 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했다. 을지로보다는 다소 뒤늦게 자재 거리가 형성되었지만, 을지로와는 다른 백화점 위주의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며 유명세를 떨쳐왔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이 곳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논현동 건자재거리에서는 상인들의 한숨과 희망이 함께 엿보이고 있었다.

 

백화점 위주 장점에도 현상유지 급급
10년 전만해도 재건축, 리모델링 수요가 크게 늘면서 건축자재백화점 위주의 논현동 건자재거리를 찾는 일반 소비자, 업자들이 많았다. 한 눈에 많은 자재를 구경하고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다 A/S까지 보장하는 등의 특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곳에는 1981년에 세워져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린 건축자재 백화점을 시작으로 다래 건축자재 백화점, 동화 건축자재 백화점, 두림 건축자재 백화점, 탑 건축자재 백화점, 세왕 건축자재 백화점 등 건축자재 전문 백화점만 6개에 달한다. 이 곳에는 유리 수입업체인 신안아이엔씨도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강남구청 방면에서 학동역 방향 자재거리로 들어서면 먼저 하드웨어 유통업체인 헤펠레코리아 강남전시장이 눈에 띈다. 이레금속과  탑 건축자재 백화점 건너편에는 유리와 철물을 다루는 철박사 유리도사라는 매장이 성업 중이었다. 탑 건축자재 백화점은 지난 1999년 논현동 건축자재거리에 들어섰다.


다른 백화점들과 같이 원스톱으로 쇼핑이 가능하지만 시공을 함께 하고 입점업체들이 공동컨소시엄형태로 납품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금 더 걷다보면 예성금속, 철두철미, 코도금속, 쇠터, 남선금속 등 철물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이 곳 업체들 역시 경기 악화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10년째 이곳에 몸담고 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풀려서 이사를 빈번하게 가는 모습이 있어야하는데 현재는 그런 수요가 줄었다”며 “대부분 업체들이 현상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동역 6번 출구 쪽에는 동화 건축자재 백화점이 자리 잡고 있다. 건너편 다래 건축자재 백화점에는 세봉특수, 하우스도어 등이 입점해 있지만 이 곳 역시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3번 출구 쪽 기린 건축자재 백화점은 1979년 기린산업주식회사의 설립으로 1981년 개점했다.


논현동 건축자재거리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현재 30여업체가 입점해있고, 업체 간 같은 품목을 취급하지 않도록 하는 등 관리가 철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백화점에는 창호 업체가 그리 많이 입점해 있지는 않다. 일반 소비자가 창호를 선택한다는 개념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도 인테리어 제품을 구경하려는 주부 몇몇만 드나들 뿐 계약을 하는 모습이나 흥정을 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린 건축자재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남선하드웨어 관계자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변해 직접 인터넷으로 고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부부가 손잡고 인테리어 제품을 보러 다니는 모습이 적지 않았는데 현재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린 건축자재 백화점을 지나 논현역 방면으로는 기린목재창호, 남일철물, 성신금속 등 업체들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 끝에 보이는 세왕 건축자재 백화점은 타일 등의 품목이 주를 이루며 1층 위주로 영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고급 특화 앞세워 명성 되찾아야
대부분 악화된 경기를 꼬집으며 한숨을 내쉬는 와중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폐업한 업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 소비자가 거의 없어 수익이 아주 적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인테리어 업자와의 거래, 건설사 납품 수요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고급으로 특화된 건축자재 백화점으로써의 진면목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긴 상황에서 백화점 스타일의 매장이 갖는 장점은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좀더 깔끔하고 보기 좋은 형태를 갖춰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으로 특화된 만큼 일반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고급 건축자재거리로의 명성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정직한 서비스와 적절한 가격을 지향해야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건자재 거리 조성
답십리뉴타운지구 ‘황물길’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건축자재가 조성된다. ‘황물길’은 과거 1980년대 을지로와 왕십리에서 조선시대 장식장, 문갑의 경첩 등 철제 장식물에 황칠을 한 가구장식물인 황물을 팔던 상인들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지역은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건축자재 관련 150여개 업체가 이주하면서 수도권 철물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이곳에 주택과 점포가 난립하면서 주택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가 지난해 동대문구 답십리동 484번지 일대 9만2445㎡에 대해 지역산업문화거리 조성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상가와 주거지로 분리해 상가 뒷편에 지상11∼25층 높이의 아파트 15개동 규모의 주거지를 조성하고, 노변에는 7층 높이의 상가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황물 상가 특성을 고려해 열린 경관을 조성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과 기반시설을 함께 확충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상가 건물은 탑상형, 탑상형·중저층 혼합형 등으로 다양하게 계획하고, 노변에 열린 보행가로를 만들고 경관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성할 전망이다.


또한 상가 활성화를 위해 건자재를 구입해 직접 제작하는 DIY 관련 업종을 강화하고 건축자재 백화점을 유치하는 등 인테리어와 가구, 패브릭을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거리로 특화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황물거리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여 발전적인 보존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산업문화거리로 발전시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지역산업문화거리가 조성되면 전농·답십리 일대가 동대문구의 상징적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