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PF 문제 등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지속되는 한편,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건설경기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2022~2023년 건축 착공이 감소한 영향으로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공사의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아울러 공급자 금융 여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2024년 주택 인허가 물량 역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도 국내 건설경기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2022~2023년 건축 착공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2024년 주거용과 비주거용을 막론한 건축공사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창호를 비롯한 건축자재 업계도 적지 않은 물량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수주와 건설투자 동반 하락 전망
이와 관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자료를 통해 2024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187.3조원, 건설투자도 전년 대비 0.3% 줄어 260.7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229.7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건설수주는 2023년 전년 대비 17.3% 적은 190.1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해도 고금리 상황의 장기화로 부동산 PF 문제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민간수주가 반등하기 어려워 건설수주가 2년 연속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공수주는 SOC 예산이 증가하고 GTX 공사와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추진 등 대형 토목사업의 영향으로 4.6%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수주의 경우 토목 수주가 감소하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 영향으로 건축 수주 또한 부진해 전년 대비 4.0% 감소할 전망이다.
공종별로는 살펴보면, 토목은 0.3% 증가하는 반면, 주택과 비주택건축 수주는 각각 0.8%,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투자의 경우 2022~2023년 건축 착공이 감소한 영향으로 올해는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공사의 동반 부진이 예상되며 상반기를 전후해서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다만, 토목투자는 GTX를 비롯한 철도 공사, 국내 플랜트 공사가 증가한 영향으로 2024년에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개최된 (사)한국판유리창호협회 ‘2023 정기 기술 세미나’에서 건설경기 전망을 발표한 박철한 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금리 인하 시기가 불확실한데, 2023년뿐만 아니라 2024년에도 건설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및 건설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며, 건설기업은 현금 유동성 확보,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 및 맞춤형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4년 건설경기에 대해 ‘거시경제적, 정책적 요인 검토 결과, 국내 건설경기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매매가격 2% 하락세 예상
또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023년 4분기 보합세를 기록한 이후 2024년에는 2.0%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3분기까지의 시장 흐름은 연초 최저가 매물이 소진되며 저점을 보인 후 특례보금자리론, 장기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시장에 유동성이 예상보다 크게 공급되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 연초 대비 경직성이 강화된 대출 태도(정책 대출 포함),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현재 수준의 거래량이 지속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이 제한적일 전망이며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양가 인상압력, 공급 물량 감소 예상에 따른 수요 유입 가능성 등 급락을 예상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때문에 매매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4월에 있을 총선을 전후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GTX 개통 등 광역교통망의 개통 이벤트도 남아있으나 이미 해당 지역의 매매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주택매매시장에 대해 “연초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하방 압력을 다소 누그러뜨렸고 정책 금융과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2023년 3분기 매매가 상승세가 나타났다”면서 “반면, 2024년에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 대출 태도의 경직성이 강화되고, 고금리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금 하락 반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우리 시장은 정책 움직임에 대단히 민감한 특성을 가지는 만큼 정책 실현 수준과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있을 경우 시장 상황의 변화 가능성이 열려 있어 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세가격 역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024년에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매 수요 축소에 기인한 임대차 시장으로의 추가 수요 유입이 예상되며, 입주 전망 물량도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어 가격 상승의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월세가 인상에 의한 수요 유입 요인이 있는 반면, 전월세 전환율과 전세자금대출 금리의 격차가 줄거나 오히려 전월세 전환율이 더 낮아 적극적 수요 유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가격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보증금 미반환 이슈(통칭 전세사기)가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시장 심리에 주는 영향 클 것으로 보여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물량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
분양물량의 경우, 중도금 대출 기준, 장기 주택담보대출 등 완화적 기조로 인해 공급 여건이 다소 나아진 것은 사실이나, 당초 2023년 하반기 전망 전제에 비해 공급자 측 어려움이 심화되며 예상보다 분양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자 금융 시장에서는 부동산 PF, 회사채 발행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비주택 사업장의 리스크 증대로 오히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도권 등 핵심지 주택 사업장에 대한 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개별 프로젝트에서는 시공사에 신용보강 및 초기분양 실적 등을 요구해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함에 따라 경색된 모습을 나타내는 상황이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어 개선의 폭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분양성 양호 사업장에 대한 선별 분양으로 인해 초기 분양률이 다소간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2022년부터 이어진 미착공 물량 누증 부담으로 올해는 2023년과 유사한 수준에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주택 인허가, 공공 ‘UP’ & 민간 ‘DOWN’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3년 연말까지의 인허가 전망에 대해 공공 부문을 상향 조정하고 민간 부문을 하향 조정했다. 9월 공급대책에서 정부의 공급 기조를 재확인해 공공 부문의 인허가는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민간 부문은 시장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짐에 따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또한, 2023년까지는 비교적 사업성이 우월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인허가를 먼저 추진했지만 공급자 금융 여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2024년 물량이 증가하리라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아울러 민간 시장 침체에 반응해 공공 부문의 물량이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날 전망이나 이 역시 공공 부문 공급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업자 측에서 인허가 절차의 진행 조건을 스스로 강화하며 인허가 물량과 분양물량 사이의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집값 상승세에 집중하기보다는 2022년 이후 집값 하락에 영향을 줬던 거시경제 환경이나 금융 규제 환경이 2024년에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 전망하기 어려워 시장을 둘러싼 제반 여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주택시장의 침체에 이은 수요 부진에 따라 3기 신도시 건설과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사업의 착수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공급의 탄력적 조절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중·단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건설사 스스로 물량을 조절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