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자가간다] 답십리 황물거리, 재개발 계획만 수년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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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가간다] 답십리 황물거리, 재개발 계획만 수년째…왜?
  • 월간 WINDOOR
  • 승인 2015.09.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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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황물거리, 재개발 계획만 수년째…왜?
상인 의견 엇갈려 건자재 특화거리 조성 ‘깜깜 무소식’

 

 

서울 답십리 황물거리. 1980년대부터 황물길변을 따라 철물·황물상가가 자생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황물거리는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철물 및 인테리어, 건축자재 관련 150여개 업체가 이주해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황물상가 밀집지역으로서, 수도권 철물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점차 점포가 난립하고 주거와 점포가 혼재되면서, 전형적인 노후 불량주거지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천호대로와 황물거리 사이 상업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골동품 점포들은 고서, 미술위주의 인사동과는 다른 석물 및 고가구 등으로 특화된 상가들이 입지해, 매년 고미술거리문화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데 비해, 황물상가 거리는 관련된 축제나 이벤트 기능이 부족, 지역의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달 취재진이 찾아간 황물거리는 한산한 모습만이 가득했다.
을지로와 더불어 서울의 대표 자재거리로 명성을 떨치며 IMF 시절에도 활발할 만큼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는 상가들도 적지 않았다.
대풍철물상사 관계자는 “철물점이 먼저 들어온 초기에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며 “이후 소모품인 청소도구 등이 잘 팔리면서 철물점을 뿐만 아니라 황물점도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건축경기가 침체되고 빌라대신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소규모 유통 위주였던 이곳 상가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황물거리 인근 음식점 상인은 “10년 전만 해도 건축자재를 사러온 손님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거리가 한산해 상인들만이 우리가게를 찾는다”고 전했다.
이어 “하루빨리 재개발이 진행되어 예전 명성을 다시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답십리 지구단위계획, ‘하우징 데코 타운’ 목표였지만...
가로를 따라 형성된 황물거리는 주거지역과 혼재되어 체계적인 개발이 필요하지만 개발 수단의 미비로 인해 어려움이 따르는 지역이다. 특히, 상가 물품들이 인도까지 점령해 통행이 불편하고, 잦은 상하차 작업으로 안전의 위협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010년 3월 전농·답십리 뉴타운 지구단위계획구역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484번지 일대 9만2445㎡를 지역산업문화거리로 만드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후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서울 답십리 황물길 일대가 국내 최대 규모의 건축자재 특화거리로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게 된 요인이었다.
당시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황물길과 아파트 사이를 따라 7층짜리 상가를 지어, 건축자재 도·소매와 인테리어·가구, 고미술 및 고가구 전시·판매 등 업종의 점포를 아우르는 ‘하우징 데코 타운(Housing Deco Town)’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한 고객이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업종과 건축자재 백화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신축 상가 일부는 황물 관련 업종으로 용도를 한정시키고자 했다. 가장 개선이 시급했던 통행 불편 사항도 계획안에 포함되었다. 황물길을 폭을 기존 20m에서 23m로 확장하고, 차량 통행은 허용하되 상가와의 진·출입은 금지하는 대신 상인과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이면도로와 지하주차장을 만들 계획이 수립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주거와 상업이 혼재되어 있는 황물시장의 조업환경과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이면도로를 개설하고 조업주차와 조업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며 “황물거리 점포를 전면 철거하거나 이전시키지 않고 보존함으로써 인접한 고미술 상가와 더불어 지역산업문화거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상인들 재개발 관심 없어…임대료만 올라 ‘불만’
약 190개 업체의 철물·건축자재 도소매상이 활동하는 동대문구의 특화상권 황물거리의 장밋빛 개발계획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재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누구보다 반가워 할 철물점 상인들조차도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5년 전 발표된 계획이 지금까지 어떠한 진행도 이루어지지 않아 기대감이 불만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또한 황물거리 주변 주택들이 재개발되면서 상가 임대료만 대폭 상승해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황물거리에서 25년간 자리를 지켰다는 한 상인은 “재개발 소식은 희망고문 수준이다”며 “이곳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에는 임대료가 대폭 올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동대문구, 상인들 동의 받아야 진행 가능해
지금까지 지구단위계획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황물거리 관할구인 동대문구청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말 그대로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것.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이 현재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황물거리 상인들이 동의한다는 의견을 모아 구청에 통지해줘야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지구단위계획과 재개발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사업의 주체가 지구단위계획은 시행사, 재개발은 조합원 개인들이라는 구조적 차이를 갖고 출발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이 토지 및 주택소유자에 국한한 재산증식과 시행사들의 이윤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하는 개발이라면, 재개발은 토지 및 주택소유자뿐 아니라 세입자를 포함,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재산 가치를 공유하는 분배개념의 개발방식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지구단위계획의 경우 토지 및 건물소유주가 주 대상일 뿐 세입자는 그 어떠한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고 있다. 반면 재개발의 경우 세입자들에 대한 이주비용 등 세입자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마련되어 있어, 사회의 공익성 여부 측면에서 크게 대비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지구단위계획이었던 황물거리 개발은 상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운 것이다.
한 상인은 “개발이 되면 다 좋은 건줄 알았는데 결국 우리 같은 상인들에게는 돌아오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황물거리 조합 유명무실…상인 목소리 대변 못해
동대문구청 말에 따르면 황물거리 상인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황물거리에는 조합이 있으며, 현재 약 120개 업체가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조합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조합 가입을 권유하는 공문이 자주 들어오고 있다”며 “조합에서는 돈만 걷어갈 뿐 의미도 없고 발전도 없어 가입을 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상인들의 의견을 취합하지 못하면서 조합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졌다. 반면 조합 측은 상가주인 및 일부상인들의 비협조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황물거리 조합 관계자는 “상가주인들은 황물거리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며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이 있는 데 굳이 모험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서울시가 내놓은 청사진이 빛을 바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의 몫.
한 상인은 “황물거리 주변 아파트는 재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공사가 한창인데 반해 이곳은 발전이 더뎌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고 전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황물거리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건물주와 상인들끼리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해소해야한다. 청계천 재개발 당시 무분별하게 계획이 추진되면서 낳은 갈등과 부작용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서울시와 동대문구청 역시 계획안만 내놓고 끝낼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의 목소리 들으며 수정·보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상가주인들이 배짱을 부리니 힘없는 사람은 죽어나는 거다’라는 한 상인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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