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건축자재거리 2013 '예전 위용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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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건축자재거리 2013 '예전 위용 어디갔나'
  • 월간 WINDOOR
  • 승인 2013.05.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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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자재거리 2013 ‘예전 위용 어디갔나’

 

 

 

을지로 자재거리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줄어든 손님, 원자재가 상승… 이마에 주름만

지난달 17일 취재진을 맞은 을지로 건축자재거리는 지난번 방문길이었던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시에도 가라앉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올해는 그 깊이가 더해진 듯한 느낌을 상인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목재 업체 강세, 업종 변경도 눈에 띄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빠져나와 을지로 방면으로 5분여를 걷다 마주친 몇몇 스테인리스 점포들을 지나 이내 건자재들의 총집합이 눈앞에 펼쳐졌다. 호텔 아카시아가 위치하고 있는 을지로5가 사거리에는 우선 목재창호와 몰딩 주문 제작 업체 창조우드가 자리 잡고 있다.
여타 목재 업체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싶을 때쯤, 호텔 아카시아에서 장충체육관 방면을 바라보니 줄줄이 늘어선 목재 업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신종합건재, 대일목재상사를 지나 씨티은행 건너편에는 덕성목공건재, 덕성합판목재, 세기목재, 화신목재, 을지목재가 위치한다. 각종 목재와 목재 창호를 주로 다루는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틈틈이 들어오는 소규모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목재를 다듬는데 한창이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화물차의 움직임은 뜸했고, 일거리가 없는 몇몇 상인들은 담배를 입에 물고 희뿌연 연기만 뿜어대며 도로를 응시할 뿐이었다.


씨티은행 방향으로 길을 건너 중앙시장 쪽 골목으로 진입하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듯 빛바랜 간판의 목재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새서울합판상사, 경보합판상사, 우창산업, 선흥특수목재, 제일특수목재합판상사, 대영우드, 유신특수합판, 동광우드, 삼성목재사 등은 합판과 목재창호 등을 주문제작하는 업체로, 이곳에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다.


을지로 방면 큰길가에도 목재 업체들이 줄이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건특수목재, 수도목재상사, 동원특수목재, 서일특수목재상사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각종 목재를 늘어놓고 있어 한눈에 봐도 목재상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도 손님이 뜸하기는 마찬가지. 화물차들도 일거리가 없는지 갓길에서 봄 햇살만 쪼이고 있을 뿐이었다.


방산시장과 중부시장 인근에는 유독 목재 업체들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 그 와중에 방산시장 입구 오른쪽에서 건축용 실리콘을 취급하는 삼신신소재와 도어 업체 을지종합도어는 건자재 거리에 다양함을 불어넣고 있었다.


방산시장에서 을지로 4가역 방면으로는 대운공예사, 원공예사 등 공예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목재창호는 물론 각종 문양의 장식과 목망 등을 제작하며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재현하고 있었다.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공예사들의 손길은 비교적 분주한 모습이었다.


농협 건너편에는 상경몰딩, 동양특수목재, 럭키우드, 선진지엔지, 동양특수무늬목, 서진무늬목, 미래공예 등이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특히, 인근에서 2년 전 영업 중이던 몇몇 업체들이 업종을 바꾼 모습을 보여 그간의 어려움이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줬다.


을지로 4가역을 지나면 알루미늄, 철물, 하드웨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농협이 위치한 국도호텔과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유신철물, 대우알미늄, 효성알미늄, 대흥건철, 현대휀스철망, 대성철물, 세명알미늄, 동방에이엘, 삼화알미늄 등이 위치해 있으며, 각 업체별로 알루미늄, 도어록, 잡철물 등 주력하는 제품을 문 앞에 전시하고 손님을 기다렸다.

 

큰길가에 위치한 삼풍넥서스 빌딩은 을지로 건자재거리의 현대화를 재촉했고, 서울알미늄이 위치한 중앙데코플라자는 예전모습 그대로 거리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을지로 3가역과 우리은행을 지나면 동성철물, 삼화철물, 대왕철물금속 등 철물 업체들과 뒷길에 영림종합목재, 태창종합목재, 삼양건재 등 목재창호 업체들이 간헐적으로 들어서 있었다.

 

 

 

 

 

유통 구조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2년 전에 비해 2013년의 을지로 건자재거리는 유독 조명업체들이 늘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영업이 녹록지 않았던 철물, 공예상이 업종을 변경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며, 앞으로도 기존 건축자재거리의 위상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발품을 팔며, 인테리어 자재를 고르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손쉽게 인터넷이나, 최신식 매장형 인테리어 숍을 찾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TV 홈쇼핑을 통한 건축자재 판매도 시도되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의 유통 구조 변화 역시 상인들에게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건축자재거리를 찾은 한 시민은 “오늘 처음 이곳에 나와 봤는데 생각보다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요즘 트렌드에 맞게 현대적인 세련미를 갖추고 명맥을 잘 유지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형 건축자재업체들도 현시점에서는 수익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하물며 건자재거리의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이곳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턱 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정비되지 않고 어지럽게 걸려있는 간판, 인도를 점거한 채 행인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물건 등 을지로 건축자재거리는 오랜 역사와 명성에 걸맞지 않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업체 관계자는 “먹고 살기위해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지만, 기존 거래처들도 사정이 좋지 않은지 거래가 줄어들거나 끊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건만되면 건자재 거리를 떠나고자 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논현동 건자재거리
 ‘고급화는 어디에’
 손님 발길 줄어  백화점도 역할 축소 한숨만…

오랜 기간 서울의 건축, 인테리어 자재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상징했던 논현동 건자재거리가 신음하고 있다. 장기간 누적된 경기침체 속에 상인들은 몸을 움츠리며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이 적지 않았던 백화점 형태의 종합 건축자재 상가는 상당수의 업체가 영업난을 이기지 못하고 이탈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달 19일, 취재진이 찾은 논현동 건자재거리는 따스한 봄 향기가 무색하게 잔뜩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헤펠레코리아, 리바트 등 대형 전시장 위용
지하철 7호선 학동역에서 강남구청역 방향에 위치한 영동우체국 뒤편 골목에는 지난해 7월 오픈한 헤펠레코리아 서울 영업본부·전시장이 위용을 자랑한다.
새롭게 신축 및 개축된 건물은 2개 동으로, 본관 신축 건물에는 갤러리 쇼룸과 고객들의 휴식을 위한 라운지, 사무실이 자리 잡았고, 개축된 별관에는 직영 리테일 샵(Retail Shop)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헤펠레의 가구, 건축, 인테리어, 창호용 하드웨어와 천연페인트, 공방가구 등을 직접 시공 설치해 고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제품의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자재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알루미늄판넬을 주로 취급하는 이레금속이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서 유리와 철물을 판매하던 철박사유리도사는 간판만 남은 채 셔터가 내려져 있어, 거리의 한산함을 상징했다. 탑이엔지가 위치한 탑건축자재백화점을 지나면 양쪽으로 하드웨어, 철물 업체가 눈에 띈다. 이곳에 있는 메탈라인, 예성금속, 철두철미, 코도금속 등은 어려운 건축경기에서도 활발한 영업에 나서고 있었다. 윈도우 필름을 취급하는 미다스하우징 역시 새로이 얼굴을 내밀고, 자재길에 다양성을 더했다.


학동역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보면 남선금속과 동화건축자재백화점이 이어진다. 예전의 활발함은 잃었지만, 드문드문 손님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고, 화물차의 움직임도 간헐적으로나마 포착되기도 했다.
학동역 사거리에서 동호대교 방면으로 SK LPG충전소 건너편에는 최근 리뉴얼 오픈한 리바트 논현전시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리바트의 프리미엄 주방가구 브랜드 리첸의 최고급 주방가구뿐만 아니라 주문가구 등도 만나볼 수 있다.

 

 

 

 

6개의 건자재 백화점 ‘아 옛날이여’
하드웨어와 단조, 철물 등을 취급하는 황동산업의 대형건물 건너편에는 논현동 건자재거리의 상징이었던 다래건축자재백화점과 기린건축자재백화점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의 위용은 여전했지만,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최근의 경기침체가 피부로 느껴진다. 많은 창호 업체들의 입주했었던 다래건축자재백화점에는 그 중 다수의 업체들이 영업을 유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층은 완전히 비워져있기도 했다. 독일식 시스템창호를 취급하는 나인빌텍 등 몇몇 업체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소비자들의 발길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옆 기린건축자재백화점은 1979년 기린산업주식회사의 설립으로 1981년 개점했다. 이곳은 외형상 사정이 좀 나아보이지만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선하드웨어 등 몇몇 업체가 나름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매장에서 직접적으로 얻어내는 매출은 미미하다고 털어놓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른 곳에 물류창고를 두고 이곳에는 거래처 사람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일반 소비자들이 찾아와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입점 업체들이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기린건축자재백화점에서 역삼역 방면 언덕길로 올라가면 알프라임이 위치한 두림건축자재백화점과 칼라메이트가 이어진다. 특히, 칼라메이트는 친환경 프리미엄 페인트 백화점을 지향하며 영업에 한창이었다.  


다시 논현역 방면으로 발길을 옮기면 목재창 전문 업체 기린목재창호와 핸들, 철물 등을 취급하는 남일철물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역시 각종 하드웨어와 철물을 취급하는 성신금속과 도어, 몰딩 업체 성창우드를 지나면 아름철물과 인테리어필름 업체 남서울우드를 만날 수 있다.


남서울우드에서 논현역 방면으로 조금만 더 걷다보면 아트월, 도어, 몰딩 등을 다루는 예가가 눈에 띈다. 예가는 각종 건축자재 관련 전시회에 참가하고, 협찬 광고를 진행하는 등 홍보활동에 적극적인 업체로 알려진다.


몰딩, 인테리어자재 업체 서원루바가 위치한 세왕건축자재백화점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무늬목 원자재를 취급하는 베데코 무늬목재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 닫은 업체도 상당수, 경영악화 수면위로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린건축자재백화점 등 6곳에 달하는 백화점 위주의 논현동 건자재거리를 찾는 일반 소비자, 업자들이 적지 않았다. 원스톱서비스를 지향하며 시공과 A/S까지 책임지던 장점이 부각되었고, 강남이라는 뛰어난 접근성 역시 호평 받아왔다.


하지만 이후 경기침체의 그늘 속 소비패턴의 변화를 짚어내지 못해 경영악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 새 문을 닫은 업체만도 10곳이 넘는 등 입으로만 전해지던 어려움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고급화라는 애초의 특색마저 무색하게 각각의 매장은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동네 철물점 수준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건자재 거리를 찾은 한 시민은 “건축자재 백화점을 쭉 돌아봤는데, 볼 것도 없거니와 매장만 덩그러니 있고, 점원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며 “영업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전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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