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 시험성적서 ‘믿을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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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시험성적서 ‘믿을 수 있는 것인가’
  • 차차웅
  • 승인 2020.10.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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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AS 시험기관 급증, 철저한 관리 필요성 대두
부정성적서 발급 의혹에 ‘검증 시스템 구축’ 한목소리
*본 이미지는 기사내용과 무관함
*본 이미지는 기사내용과 무관함

 

KOLAS 공인시험기관이 발급하고 있는 창호 시험성적서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까다로운 요건에 만족해야함은 물론, 지속적인 교육을 거친 인적자원을 갖춰야 KOLAS 시험기관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인정기관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는 그동안 시장의 신뢰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정성적서 발급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사설기관, 기업부설 시험소가 지속 추가되면서 시험성적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창호 분야 시험을 담당하는 한국인정기구(이하 KOLAS, 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공인시험기관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사설기관의 증가뿐만 아니라 KOLAS 인정을 토대로 성적서를 자체 발급하는 기업부설 시험소도 지속 추가되면서 시험성적 신뢰성 문제가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심지어 업계에서는 시험의뢰를 이끌어내려는 일부 시험기관의 부정성적서 발급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적합성평가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시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비치는 한편,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보다 실효성 높은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늘어난 시험 수요, 시험기관 증가로
에너지효율성능, 방범성능, 내화성능 등 각종 건축물 기준의 강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창호 관련 시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에 따라 기존 시험기관들은 설비를 증설하거나 시험분야 범위를 넓히는 등 늘어난 수요에 적극 대응해왔고, 사설시험기관들도 속속 KOLAS 인정을 획득하면서 시장에 건전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편에서는 창호 대기업들이 자체 부설 시험소에 시험설비와 인력을 구축, KOLAS 인정을 획득해 자사 제품에 대한 성적서 발급을 진행했고, 이후에는 시장 경쟁력을 갖춘 일부 창호 중소업체들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역시 창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이하 창호 등급제) 시행, 건축물 단열기준의 지속적 강화, 방화문 관리 강화 및 인정제도 추진 등 각종 제도의 변화가 꼽힌다. 관련 업체들의 시험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시장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때문에 시험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설기관의 사업성이 높아졌으며, 일정 이상의 자체 시험 수요가 지속 발생하는 제조업체들도 시험설비 구축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창호 등급제 시행 초기, 시험성적서 발급까지 6개월이 넘는 기간이 소요될 만큼 시험정체 현상이 극심했었다”며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시험장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때문에 시험서비스 제공 기관의 추가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설기관, 기업부설 시험소도 급증
현재 창호 관련 시험을 수행하고 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는 KOLAS 인정기관은 전국에 30여곳 산재해 있으며, 이에 따라 시험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그 가운데 본지 조사결과, 창호 관련 KOLAS 인정 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정부기관 산하 연구·시험기관은 7곳, 시험을 전문으로 하는 사설기관 9곳, 기업 자체 시험소, 이른바 ‘인하우스’ 기관은 16곳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최근 KOLAS 인정 신청을 새롭게 접수한 사설기관, 설비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창호업체 소식도 속속 전해지면서, 창호 분야 KOLAS 인정기관이 곧 40곳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험수요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설기관 설립이 이어지고 있으며, 기존 기관에 근무하던 인력의 이탈도 지속되고 있다”며 “수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소 창호업체들 역시 시험설비와 인력구축을 통해 자체 KOLAS 인정을 받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득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단순히 시험성적서를 자체 발급한다는 장점 이외에도 제품개발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역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치열한 경쟁 속 부작용 속출 ‘지속되는 의혹’
늘어난 시험 수요, 시험기관의 증가로 건전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업계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 업체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정성적서 발급을 불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성적을 잘 내준다’는 입소문이 퍼진 일부 기관에 시험의뢰가 몰리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한 사설기관으로부터 창호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한 제품의 면면을 살펴본 복수의 시험 관계자들은 ‘1등급은커녕 2등급 수준도 받기 힘든 제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창호 등급제 시행 초기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에는 특히 기밀성에 대한 부정시험이 화두였다. 정상적인 개폐가 힘들 정도로 시료를 제작해 시험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심지어 일각에서는 휴지, 실리콘 등 각종 이물질로 틈을 틀어막고 시험을 진행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시험성적서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성능시험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했을 시기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제작된 시료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며 “이후 그러한 모습은 상당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창호의 단열·기밀성능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화재안전성능에 대한 부정성적서 발급에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기관으로부터 방화문 갑종 내화성능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 여타 기관의 여러 번의 테스트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보인 사례도 전해지고 있는 상황. 업계는 화재안전성능은 소비자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더욱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 방화문 현장 시공제품과 시험제품의 차이로 인해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 온 상황 속에 부정시험성적서 발급은 향후 방화문 업계에 더욱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족할 성적이 나올 때까지 시험을 반복하거나, 부자재를 바꿔치기 하는 등 다양한 부정 사례로 인해 방화문 시험성적서의 신뢰성이 추락한 상황”이라며 “단열성은 에너지 비용에 대한 문제지만, 화재안전성은 우리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련법 제정 ‘부정행위 막겠다’
부정·부실시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정부기관도 올해 들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3월 6일 국회를 통과한 ‘적합성평가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3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4월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표원 관계자는 “그동안 적합성 평가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일반법이 없어 국제시험기관인정협의체(ILAC)의 규정을 반영한 국가기술표준원 고시를 근거로 공인 시험인증기관을 관리해 왔으나, 부정행위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었으며 공인시험인증기관 이외 일반 시험인증기관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이번 적합성평가관리법 제정으로 공인기관뿐 아니라 전체 시험인증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적합성평가관리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시험인증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시험성적서 위변조, 허위발급 등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법제화되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또한, 부정행위가 확인된 기관, 성적서 등을 공표해 유통을 차단하며, 부정행위 조사를 위해 시험인증 관련 자료제출 및 조사 권한을 법률에 명시했다. 특히, 면밀한 관리를 위해 공인 시험인증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시험인증기관들도 평가 결과, 성적서 등을 일정 기간 보관토록 했다.
아울러 국제공인기관 인정제도를 그동안 국가기술표준원 고시로 운영해 왔으나, 이번에 공인기관 인정절차를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국제공인기관 인정제도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대체 공인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공인기관이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해 선의의 기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혁신제품의 시험 수요 대응을 위해 시험기준 개발, 장비 고도화, 인력 양성 등 시험인증기관의 역량강화 지원을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해 시험인증서비스산업을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진흥시킬 수 있는 토대도 구축했다.
기표원 관계자는 “‘적합성평가관리법’ 시행으로 허위 성적서 발급, 부실시험 등 그동안 고질적으로 반복되었던 부정·부실시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며 “시험인증산업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표원은 지난 7월, ‘적합성평가관리법’의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부정행위 시험성적서에 대한 법적조치’, ‘KOLAS 공인기관 인정절차’, ‘시험인증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등 주요 사항에 대한 패널 및 참석자 토의가 진행되었으며, 시험인증기관, 기업, 소비자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기표원은 공청회에서 제안된 대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행령,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 후 입안예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표원 이승우 원장은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적합성평가관리법’은 시험성적서, 인증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시험인증산업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강조했다.
창호업계는 이와 같은 정부 부처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보다 실효성 높은 구체화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기관들의 부정성적서 발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견이 나온다. 2개 기관 혹은 3개 기관의 무작위 교차 시험을 통한 검증을 수시로 실시하는 등 새로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또는 기관 간 교차 시험을 통해 시험성적을 공유·검토하면 부정 시험성적 발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견제하는 심리가 발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정직한 시험을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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